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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아주 짧은 진화학 수업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다.

에너지 효율은 일종의 예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재무예산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한다. 당신의 몸을 위한 예산 역시 이와 비슷하게 수분, 염분, 포도당과 같은 자원들을 얼마나 얻거나 잃었는지 파악한다.
재무예산을 잘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돌발 사태를 피하는 것이다. 돈이 필요할 때를 예상해서 자원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다. 신체예산(body budget)도 이와 마찬가지다.
신체 예산에 관한 예측(prediction)은 늘 반응(reaction)을 앞지른다. 포식자의 공격에 앞서 움직일 준비를 한 생물들은 포식자가 덮치기를 기다린 생물보다 생존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신체예산을 과학에서는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라고 한다. 알로스타시스란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들은 몸의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예측했을까? 가장 좋은 정보원은 자신들의 과거, 곧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했던 행위들에 있다.
움직이려면 예산에서 에너지를 꺼내 써야 한다. 경제성 측면에서 그 움직임은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예측이다. 과거 경험에 근거해 새로운 행위를 몸에 준비시키는 것이다.
고대의 동물들은 더 크고 더 복잡한 몸으로 진화를 계속해왔다. 이는 몸 내부도 더 정교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계들은 신체 예산 프로세스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은행계좌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어 제법 큰 기업의 회계부서가 필요해진 것이다.
간단히 말해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