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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 속에 존재하는 세계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모두 인간의 뇌 속에만 존재하는 사회적 현실의 세계에 살고 있다.
당신이 지금 미국을 뒤로 하고 캐나다로 들어서는 중인지, 저 드넓은 바다에서 조업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 궤도의 한 부분을 ‘1월’이라고 부를지 등을 결정하는 일은 물리학이나 화학으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것들은 우리에게 진짜다. ‘사회적’ 실재다.
바위와 나무, 사막과 바다가 있는 지구 자체는 물리적 현실이다. 사회적 현실이란 우리가 물리적인 것에 집단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우리는 지표면의 어느 한 덩어리가 ‘국가’라는 것에 동의하고, 특정한 사람이 대통령이나 여왕처럼 ‘지도자’라는 것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그저 마음을 바꾸기만 해도 사회적 현실은 순간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다.
예컨대 1776년에는 13개의 영국 식민지가 사라지면서 미국으로 대체되었다. 사회적 현실의 세계도 매우 심각하다. 중동에서는 토지의 한 구획이 이스라엘인지 팔레스타인인지를 놓고 동의가 되지 않아 사람들이 서로 죽이기까지 한다.
사회적 현실과 물리적 현실의 경계에는 서로 구멍이 많아서 서로 넘나든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할 때 와인은 더 좋은 맛을 낸다. 친환경 라벨이 붙은 커피는 라벨이 없는 똑같은 커피보다 더 좋은 맛을 낸다.
사회적 현실에 깊이 빠져 있는 우리 뇌의 예측은 먹고 마시는 것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꿔버린다.
우리는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으므로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현실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한 다른 동물의 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사횢거 현실은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이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달시켰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내가 ‘다섯 가지 C’라고 부르는 능력 세트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모방(copying), 협력(cooperation) 그리고 압축(compression) 이다.
첫째, 우리에게는 ‘창의적인’ 뇌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예술과 음악을 만들게 해주는 바로 그 창의력을 가지고 우리는 흙바닥에 선을 긋고 그것을 한 나라의 국경이라고 부른다. 이 행위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현실(국가들)을 만들고, 그에 해당하는 토지 영역에 시민권이나 이민같이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을 부과한다.
둘째, ‘국가’와 ‘국경’ 같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다른 뇌와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뇌가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대개 언어가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작은 규모의 사회적 현실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현실이 확장되고 지속되려면 일반적으로 다른 상징보다는 언어가 더 효율적이다. 말을 사용하지 않은 채 한 나라의 교통법규를 가르쳐서 수립하려고 한다고 상상해 보라.
셋째, 우리는 조화로운 삶을 위한 법과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 서로를 확실히 ‘모방’ 함으로써 배워나가는 뇌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린 뇌들을 세상과 연결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규범들을 가르친다. 신참들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치는 것은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신참들이 살아남도록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모방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내야만 했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넷째, 광대한 지리적 규모로 ‘협력’하는 뇌가 필요하다.
콩 통조림 한 캔을 꺼내기 위해 주방 찬장에 손을 뻗는 것과 같은 가장 평범한 행동조차도 다른 사람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는 그 콩을 심고 물을 주었을 것이다.
다섯 가지 C 중에 네 개인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은 우리 종에게 크고 복잡한 뇌를 부여한 유전적 변화들과 함께 발달했다. 하지만 커다란 뇌와 높은 복잡성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적 현실을 만들고 유지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다섯 번째 C에 해당하는 ‘압축’이 필요하다. 압축이란 다른 동물의 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복잡한 능력이다.
(엄밀히 말하면 압축과 해제가 모두 포함된 개념인 듯. 정보에서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압축 하는 것이 결국 추상화인 것이고, 그 압축된 것을 다시 현실에 적용하는 반대 과정이 모두 필요)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당신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신경세포(형사)가 있어서 다양한 속도로 일제히 발화하는 무수한 작은 신경세포들(증인들)로부터 신호를 수신한다.
큰 신경세포는 작은 신경세포들로부터 오는 모든 신호를 나타내지 않는다. 중복되는 것을 줄임으로써 그것을 요약, 달리 말하면 압축한다.
압축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커다란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에서 압축된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신경 압축 프로세스는 뇌 곳곳에서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다. 대뇌피질에서 압축은 눈, 귀, 그리고 다른 감각기관으로부터 감각 데이터를 나르는 작은 신경세포들에서 시작된다.
이 데이터 중 어떤 것들은 이미 뇌가 예측했을 수 있고, 또 어떤 것은 새로울 수 있다. 새로운 감각 데이터는 작은 신경세포들에 의해 크고 잘 연결된 신경세포들로 옮겨져 압축되어 요약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요약된 내용은 더 크고 더 잘 연결된 신경세포로 전달되어 다시 압축된 뒤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더욱 고도로 연결된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이 프로세스는 배선이 빽빽하게 들어찬 뇌 앞부분에 이를 때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가장 크고 가장 많이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가장 일반화되고 가장 압축된 요약을 생성해낸다.
(하나 궁금한 것은 이런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 과정 자체는 비단 인간의 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모든 뉴런 네트워크는 다 동일하게 동작할 것 같은데, 결국 위 프로세스의 종착역인 인간의 뇌가 가진 전두엽에 차이가 있는 걸까?)
그런데 이것이 사횢거 현실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압축은 당신의 뇌가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추상화(abstraction)은 다섯 가지 C와 함께 당신의 크고 복잡한 뇌가 사횢거 현실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한다.
심리학에서 추상화라고 할 때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림이나 상징들의 세부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서 의미를 인식하는 우리 능력을 말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물리적 형태 뿐만 아니라 기능적 측면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추상화를 사용하면 와인 한 병, 꽃다발, 금시계처럼 전혀 비슷하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이들을 모두 ‘성취해낸 것을 축하하는 선물들’로 이해할 수 있다.
외는 이런한 물건들에서 물리적 차이를 압축해내고, 이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우리는 그 물건들에 유사한 기능이 있음을 이해한다.
추상화는 하나의 물리적 대상에 여러 기능을 부과할 수도 있다. 와인 한 잔은 친구들이 ‘축하해’라고 외칠 때를 뜻하기도 하지만, 성직자가 ‘그리스도의 피’라고 읊조릴 때에 쓰는 것이기도 하다.
추상화가 작동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모든 감각으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압축할 때 뇌는 그것들을 응집력 있는 하나의 전체로 통합한다. 앞에서 우리가 감각통합이라고 불렀던 활동이다.
신경세포 중 하나가 입력자극들을 압축해 요약을 만들어낼 때마다 그 다중감각적 요약(multisensory summary)은 입력자극들의 추상화가 된다. 뇌의 앞부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이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가장 추상적이고 다중감각적인 요약을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우리는 꽃다발과 금시계 같은 이질적인 물건을 비슷하게 볼 수 있고, 똑같은 와인 한 잔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도 신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는 2강에서 당신은 매우 복잡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높은 복잡성만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잡성은 익숙하지 않은 계단을 오르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권력과 영향력을 얻기 위해 사회적 사다리를 오른다는 개념으 ㄹ이해하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바로 추상화가 또 다른 필수 요소에 해당한다. 추상화는 당신의 뇌가 과거 경험의 일부를 요약하여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면 유사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
추상화는 머리카락 자리에 뱀들이 달린 여자처럼 난생처음 보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당신은 진짜 메두사를 본 적이 없더라도 메두사의 그림을 보고 그녀가 무엇인지 즉시 이해할 수 있다.
추상화는 우리 뇌가 소리를 단어로, 단어를 아이디어로 조합하도록 해서 우리가 언어를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대뇌피질의 배선은 압축을 가능하게 한다. 압축은 감각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감각통합은 추상화를 가능하게 한다. 추상화는 매우 복잡한 우리 뇌가 물리적 형태가 아닌 사물의 기능을 기반으로 유연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창의성이다.
당신은 그리고 의사소통, 협력, 모방을 통해 이러한 예측을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이 다섯 가지 C가 인간의 뇌에게 사횢거 현실을 만들고 공유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다섯 가지 C는 다른 동물에서도 다양한 수준으로 발견된다.
예컨대 까마귀는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다. 코끼리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의사소통한다. 고래는 서로의 노래를 모방한다. 개미들은 먹이를 찾고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한다. 꿀벌은 같은 벌집에 사는 벌들에게 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면서 추상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다섯 가지 C는 서로 얽히고 강화되어 이 다섯 가지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넘어가게 한다.
개, 유인원, 일부 조류 같은 동물들도 신호를 어느 정도 압축하는 뇌를 가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사물을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은 사회적 현실을 창조하는 압축과 추상화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뇌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대다수 동물은 엘크(elk)의 뿔이나 개미핥기의 혀와 같이 적소에서 그들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만드는 진화적 적응을 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진화했다. 진화는 우리가 의지대로 세상을 흔들게 만드는 묘약 다섯 가지 C를 섞어 넣었다.
모든 동물의 뇌는 자신의 안녕과 생존에 관련된 물리적 환경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 밖의 것들은 무시한다. 하지만 인간은 적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세계로부터 뭔가를 고르기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 새로운 기능들을 집단적으로 보태어 그것에 따라 살아간다. 사회적 현실은 인간의 적소 건설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현실은 놀라운 선물이다. 인간은 밈(meme)이나 전통, 법 같은 것들을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로 여기게 되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사회적 세계는 물리적 세계를 둘러싼 완충장치다.
작가 린다 배리의 명언처럼 ‘우리가 판타지 세계를 만드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머무르기 위해서다.’
사회적 현실은 또한 커다란 책임을 동반한다. 사횢거 현실은 너무 강력해서 우리 유전자의 진화 속도와 과정을 바꿀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는 루마니아 고아원의 비극이다. 또 다른 예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다.
모든 종류의 사회적 현실은 하나의 구분선이다.
정면충돌을 방지하는 교통법규와 같은 구분선들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노예제나 사회계급과 같은 구분선들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유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친다.
사람들은 그러한 구분선의 윤리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만 우리 모두가 그 구분선들을 강화할 때마다 좋든 싫든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초능력은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