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와 뇌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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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구 생물들은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이 염색체에는 후손에게 이어지는 유전 물질이 들어 있다. 모든 생물의 유전 물질에 해당되는 분자가 바로 핵산(Nucleic Acid)이고 몇몇 사소한 예외를 제외하고 DNA(Deoxyribonucleic Acid)라고 하는 핵산 분자가 유전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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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밖의 개체와의 교배는 불가능하고 오직 집단 구성원들 간의 교배를 통해 생식 능력이 있는 자손을 생산할 수 있을 때 그 집단을 종이라 한다. 예컨대 말과 당나귀 사이에 태어난 노새는 생식 능력이 없으므로 말과 당나귀는 서로 다른 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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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재료는 돌연변이이다. 돌연변이란 DNA 분자의 유전 지침을 구성하는 특정 뉴클레오티드 서열에 일어난 변화 중에서 후세에 이어지는 변화를 말한다. 돌연변이는 환경 속의 방사능이나 우주에서 유입된 우주선(Cosmic Ray) 등으로 인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뉴클레오티드의 무작위적인 재배치를 통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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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는 어느 선까지는 생물 스스로에 의해 통제된다. 생물은 자신의 DNA에 일어난 특정 범주의 구조적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DNA를 따라 순찰하면서 손상 여부를 감시하는 분자있다. DNA에 특별히 심한 변화가 일어나면 일종의 가위 역할을 하는 분자들이 이 부분을 잘라 낸 다음에 DNA를 올바르게 이어 붙이는데 이러한 복구가 늘 완벽하게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완벽하게 일어나서도 안 된다. 돌연변이는 진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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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돌연변이는 성적 생식을 담당하고 있는 생식세포, 즉 난자와 정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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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의 대부분은 열성이어서 즉각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에도 돌연변이 빈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만일 DNA가 더 커지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빈도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유전자를 더 많이 갖게 된다면 잘못되는 유전자의 수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커더란 생물이 수용할 수 있는 DNA의 유전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몸이 크고 복잡한 생물들은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상당 정도의 비유전적인 정보의 원천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고등 동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이러한 정보를 뇌에 저장하고 있다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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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뇌에 중복되어 저장된다. 예컨대 뇌의 상당 부분을 외과적으로 제거해도 일반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 측정이 불가능한 창의성 같은 예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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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억이 뇌량이라는 두꺼운 띠를 통해서 왼쪽 대뇌 반구와 오른쪽 대뇌 반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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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능이 상당한 정도로 중복되어 있는 것이 불가피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뇌의 모든 부위가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이 틀렸음은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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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능이 각 영역에 따라 분화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상당한 증거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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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은 대뇌피질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으며 뇌가 전기 자극을 통해 끄집어 내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물론 정상 상태에서 그 전기 자극은 뇌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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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는 것으로 보이며 광범위한 뇌손상을 입은 후에도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은 정적인 기억의 흔적이 뇌의 다양한 장소에 중복되어 저장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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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뇌 기능이 국지화되어 있음을 말해 주는 강력한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직방향의 선에 반응하는 뇌세포, 수평 방향의 선에 반응하는 뇌세포, 대각선 방향의 선에 반응하는 뇌세포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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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감각,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뇌의 무게와 지능 사이에 완벽한 상관 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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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소뇌를 제외하고 인간의 뇌에는 뉴런이라고 하는 교환 소자가 약 100억개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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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특정 기억이나 그 밖의 인지 기능들은 뇌의 특정 분자들, 이를테면 RNA나 작은 단백질 분자에 저장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신경생물학자들은 뉴런이 뇌 기능의 능동적 주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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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뉴런 1개당 대략 10개의 아교세포가 존재한다. 아교세포는 뉴런의 구조적 골격을 형성해 준다. 이웃한 뉴런들 간의 접합부를 시냅스라고 하는데 인간 뇌의 뉴런은 평균 1000 ~ 1만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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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각각의 시냅스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전자 계산기의 교환 소자의 경우와 같이 예/ 아니오에 해당하는 반응을 내놓는다고 한다면 가능한 최대의 예/ 아니오 답변, 다시 말해 뇌에 저장될 수 있는 정보량은 10조 비트에 이른다. 인간의 뇌는 10조 개의 시냅스를 갖고 있고 각각의 시냅스는 2개의 상태를 가지게 되므로 인간의 뇌가 가질 수 있는 상태의 수는 2의 10조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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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뇌에 전기적 미세 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미세 회로 안에서 회로를 구성하는 뉴런은 전자 계산기의 교환 소자가 하는 것과 같은 예/ 아니오 라는 단순한 대답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반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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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과정에서 뇌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놀라운 실험. 실험용 쥐들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단조롭고 반복적이고 결핍된 환경을, 다른 집단에는 변화무쌍하고 생기 넘치고 풍요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자 후자 그룹에 속한 쥐들의 대뇌피질의 무게와 두께가 놀라운 정도로 증가하고 뇌의 화학적 특성 역시 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뇌피질의 증강은 어린 쥐뿐만 아니라 다 자란 쥐에게서도 나타났다. 이 결과는 어린 시절의 풍부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새로운 학습을 통해 새로운 시냅스가 생겨난다거나 휴지 상태였던 오래된 시냅스가 다시 활성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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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컴퓨터에 비해 정보 밀도가 약 1만배 더 높지만 처리 속도는 컴퓨터가 100억 배 더 빠르다. 우리의 뇌가 그토록 작은 정보 용량에 그토록 느린 처리 속도를 가지고 그토록 중요한 작업들을 최고의 컴퓨터보다 그토록 더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단느 점을 생각해 보면 이는 우리의 뇌가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정보를 채워 넣고 있음을 의미한다
뇌와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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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걸어온 진화의 역사는 척수, 후뇌, 중뇌를 둘러싼 세 층이 점점 커지고 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진화의 각 단계에서 더 오래된 뇌의 부분은 사라지지 않고 따라서 뇌의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계속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새로운 층이 추가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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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린은 ‘삼위 일체의 뇌’ 라고 하는 뇌 구조와 진화에 대한 매혹적인 모델을 만들어 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세 가지 서로 다른 심적 구조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중 두 구조는 언어 능력이 결핍되어 있다. 매클린은 인간의 뇌가 서로 연결된 세 개의 생물학적 컴퓨터로 발달해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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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은 척수, 연수, 뇌교 등 후뇌와 중뇌를 형성하는 영역들. 이 영역은 심장 박동, 혈액 순환, 호흡 등의 자기 보존 기능과 생식 기능을 관장하는 신경 기구들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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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뇌는 중뇌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 것을 R 복합체라고 한다. R 복합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변연계라고 하고 변연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신피질이라 한다. 파충류도 R 복합체를 가지고 있으며 변연계도 있지만 인간 만큼 정교하지는 않다. 신피질은 진화된 생물일수록 더욱 더 발달되어 있다.
R 복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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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의 R 복합체는 공룡의 머릿 속에서 하던 기능을 오늘날에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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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린은 R 복합체가 공격적 행동, 영토 본능, 의식을 만들어 내고 사회적 서열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R 복합체는 오늘날의 인간의 관료 체제나 정치적 행동의 상당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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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계는 강렬하고 생생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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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타적 행동이 변연계에서 시작되었다고 믿을 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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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계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은 후각 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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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와 같이 복잡한 포유류의 활동에는 뇌의 세 가지 요소, R 복합체, 변연계, 신피질이 동시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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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변연계의 한 부분은 입과 미각 기능을 전담하고 있다
신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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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은 인간 특규의 인지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뇌 부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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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신피질을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는데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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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신경생리학자들은 신피질이 신피질 내의 다른 영역들과 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었지만 사실은 신피질이 피질하 영역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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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의 각각의 엽들은 확실히 독자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기능은 둘 이상의 엽이 공동으로 수행한다. 전두엽은 특히 깊이 있는 사고와 활동의 조절을 담당한다. 두정엽은 공간 지각과 뇌와 뇌를 제외한 신체 내부의 정보 교환에 관여한다. 측두엽은 다양하고 복잡한 지각 기능을 담당한다. 후두엽은 인간과 다른 영장류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인 시각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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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은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관장하며 시각과 직립 자세 간의 관계에도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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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는 스스로 손상을 복구하거나 인접한 영역으로 기능을 옮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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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손상을 입은 환자가 어떤 경우에는 말로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글은 전혀 읽지도 못하고, 반대로 문자 언어에는 완전히 능통한데 말을 하지 못하거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어떤 환자는 글을 읽을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숫자는 읽을 수 있는데 문자는 읽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사물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데 색깔은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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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에는 놀라울 정도로 기능 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읽기와 쓰기 또는 문자를 인지하는 것과 숫자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비슷한 기능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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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실험을 통해 오른쪽 측두엽이 손상되면 비언어적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고 왼쪽 측두엽이 손상되면 전형적으로 언어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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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 3차원 공간 속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능력, 적절한 상징을 사용하는 능력이 두정엽에 의해 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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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피질의 추상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상징적 언어 활동 특히 읽기와 쓰기와 수학이다. 이러한 활동은 측두엽, 두정엽, 전두엽 그리고 아마도 후두엽의 협동을 통해 수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상징 언어가 신피질의 산물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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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처리 과정의 대부분은 변연계가 담당하고 있지만 일부는 신피질에서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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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피질을 제외한 변연계의 가장 중요한 영역은 해마 피질이다. 해마와 전두엽 모두 인간의 단기 기억에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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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대게 뇌의 다른 부분에 저장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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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에는 생각이 아닌 음성과 이미지를 기억하는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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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의 뇌라는 뇌 기능 분화의 모델은 분명 흥미롭지만 뇌의 기능이 완벽하게 분화되어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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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관습적이고 위계적 측면은 R 복합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는 우리의 파충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는 특성이다. 우리 삶의 이타적이고 정서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은 상당 부분 우리 뇌의 변연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다. 신피질의 산물인 추론 기능은 일정 범위까지는 고등 영장류 및 돌고래나 고래와 같은 고래류 동물과 공유하고 있다
연인과 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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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시각적 민감도와 구별 능력은 블러드하운드의 후각 능력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주의 깊은 관찰자라면 수만 또는 수십만 가지 다른 얼굴들을 식별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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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매우 정교하고 신속한 정보 지각 및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지각 및 인지 작용이 언어적, 분석적 의식을 건너뛰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언어적 지각과 인지를 우리는 종종 직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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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결과 우리 삶의 이성적 측면은 주로 좌반구에 직관적 측면은 주로 우반구에 있음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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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주로 우뇌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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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언어 중추는 좌반구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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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반구는 기하학적 능력이 형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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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대뇌 반구 간의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을 경우 환자는 종종 자신이 한 행동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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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반구가 비교적 독립적으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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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렵고 가치 있는 인간의 활동 가운데 많은 부분은 좌반구와 우반구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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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음악 능력과 언어 능력은 상당히 분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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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반구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우반구는 동시에 처리한다. 좌반구는 직렬로 작용하고 우반구는 병렬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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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나 침팬지의 경우 좌반구와 우반구의 측두엽이 비대칭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왼쪽 측두엽의 한 부분이 상당한 정도로 더 발달되어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비대칭성이 나타난다. 따라서 언어를 관장하는 왼쪽 측두엽의 기능은 강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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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양쪽 반구의 활동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에 이르는 길은 뇌량을 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