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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타인의 뇌라는 축복 또는 지옥

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협력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환경에 적응하는데 주요 이점이 되어왔다.
사회적 종이란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신체자원을 뇌가 관리하는 방식, 즉 신체예산을 서로서로 조절한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아기들의 작은 뇌가 자신과 세계를 연결할 때 양육자가 아기들의 뇌가 이러한 신체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 것처럼 말이다.
신체예산의 공동 운영과 재배선 작업은 이 작은 뇌들이 자란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신체예산에 에너지를 예치하거나 인출하는 작업을 평생 하게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의 신체예산에 영향을 끼치고 성인이 된 뇌를 재배선한다는 것일까?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한 뒤 배선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가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 그 프로세스 말이다.
우리 뇌에 들어 있는 신경세포들의 미세한 부분은 세부조정과 가지치기를 통해 매일 조금씩 변화한다. 예컨대 나뭇가지처럼 뻗은 수상돌기는 더 무성한 가지를 갖게 되고, 신경 연결은 더 효율적이 된다. 이 리모델링 작업을 하려면 신체예산에서 에너지를 갖다 써야 하는데, 예측하는 뇌가 이렇게 많은 인출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한 가지 좋은 명분은 주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이 연결들이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우리 뇌는 조금씩 세부조정되고 가지치기 된다.
어떤 사람의 뇌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않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있다. —심지어 사이코패스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한다. 참으로 불행한 방식을 사용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족, 친구, 이웃 심지어 낯선 사람들까지도 우리 뇌 구조와 기능에 기여하며 우리 뇌가 몸을 잘 운영하게끔 돕는다.
이러한 상호조절에는 주목할 만한 효과가 있다. 두 사람이 연인이든 친구든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이든, 한 사람의 몸에 일어난 변화는 종종 다른 사람의 몸에도 즉각적 변화를 일으킨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의 심장박동이 상대방의 것과 일치할 수 있듯 호흡도 상대방 호흡에 동기화될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든 격렬한 논쟁을 벌이든 말이다.
이러한 종류의 신체적 연결은 아기와 양육자 사이, 치료사와 환자 사이, 함께 요가를 하거나 합창단에서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뇌의 안무에 따라 우리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춤을 추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우리 중 하나는 이끌고 다른 사람은 따라 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 역할이 바뀐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거나 믿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우리 뇌는 상대방의 발을 밟는 댄스 파트너와 같다.
또한 나의 행동이 상대의 신체예산을 조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눈썹을 치켜올리면 다른 사람의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예컨대 심장박동수나 혈류 내에 흐르는 화학물질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우리는 단지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우리가 사회적 종이라는 사실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 모두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해준다. 한 가지 이점은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고 힘이 되어 주는 관계를 유지하면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관계가 우리에게 좋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혜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만약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 가 친밀하고 배려하는 관계에 있고,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인다고 느끼며, 함께할 때 삶이 더 쉽고 즐겁게 여겨진다면 두 사람 모두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작다.
사회적 종이라는 사실이 대개는 우리에게 혜택을 제공하지만 나쁜점도 있다. 친밀한 사람과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만,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면 병에 걸리고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신체예산을 조절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우리는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친밀했던 누군가를 이별이나 죽음으로 잃고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처럼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게 느꼈다면 당신이 실제로 자신의 일부를 잃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실제로 신체 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천을 잃은 것이다.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나다’고 말했다. 신경과학 용어로 말하자면 이별을 하면 당신은 괴로워서 죽을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외로움은 당신의 죽음을 실제로 앞당길 수 있다.
신체예산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공감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때 우리 뇌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한다. 상대방과 사이가 가까울수록 우리 뇌는 상대방의 마음고생에 대해 더 효율적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공감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할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신체예산에서 더 많은 자원을 인출하게 되므로 우리는 불편해질 수 있다.
뇌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하려면 신진대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 믿음을 강화해주는 뉴스나 견해들로만 이루어진 이른바 반향실(echo chamber)에 안주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따르는 불편함과 신진대사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울 확률 역시 떨어뜨린다.
인간 외에도 많은 생물이 서로의 신체예산을 조절한다. 개미와 벌을 비롯해 여러 곤충은 페로몬과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해 이런 일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계에서도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말’로 서로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신경계는 단지 거리 뿐만 아니라 수세기 전에 일어난 사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경이나 쿠란 같은 고대 문헌에서 위로 받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에게서 신체예산을 지원 받은 것이다.
당신이 맞닥뜨리는 말들이 왜 그렇게 당신 내부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그것은 뇌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많은 영역이 몸 내부도 제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체예산을 지원하는 주요 기관과 계통들도 포함된다. 과학자들이 ‘언어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곳에 포함된 이러한 뇌 영역들은 우리의 심박수를 높이거나 낮추도록 안내한다.
또 세포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혈류로 들어가는 포도당을 조절하며, 면역체계를 지원하는 화학물질의 흐름을 변화시킨다. ‘말의 힘’은 비유가 아니다. 말의 힘은 당신의 뇌 배선에 있다.
우리는 다른 동물에서도 이와 같은 배선을 본다. 예컨대 새소리와 관련이 있는 새의 주요 신경세포들은 새의 장기를 제어하는데에도 관여한다.
그러므로 말은 인체를 조절하는 도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당신의 뇌 활동과 신체계통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당신의 말 역시 타인들에게 똑같은 영향을 끼친다. 그 효과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연결된 방식이다.
진화는 인간에게 일시적인 대사 변화에 대처하면서 오히려 그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신경게를 선물했다. 어쩌다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운동과 같을 수 있다. 신체예산에서 잠시 인출한 다음 곧바로 채워넣으면 당신은 더 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그러나 회복할 기회 없이 반복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효과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스트레스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면서 신체예산이 심각한 적자를 쌓아나가는 것을 만성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는 그 순간 당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만성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시간이 경과하면서 뇌를 조금씩 갉아먹어 몸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는 신체적 학대, 언어폭력, 따돌림, 심각한 방치 등 인간이 서로를 괴롭히는 수많은 방법이 포함된다.
신경계에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이다. 신경계에 가장 나쁜 것도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를 인간 조건의 근본적인 딜레마로 인도한다. 우리의 뇌가 생명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