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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당신보다 뇌가 먼저 안다

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뇌의 시각계가 일종의 카메라처럼 작동하여 바깥세상에 있는 시각정보를 감지해서 마음 속에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구성한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세상을 사진처럼 보지 않는다. 시각이란 뇌가 구성하는 것인데, 이는 매우 매끄럽고 설득력이 높아서 아주 정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모호한 감각 데이터 조각들을 맞닥뜨리면 뇌는 어떻게 해서든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파악해야 한다.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일이 몸을 제어해 잘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당신의 뇌는 감각 데이터의 맹공격으로부터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어내어 당신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어떤 맹수의 점심식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어떻게 해서 감각 데이터를 해독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는 것일까? 바로바로 들어오는 모호한 정보들만 사용해야 한다면 당신은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최선의 반응이 무엇인지 알아낼 때까지 헤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뇌에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추가 정보원이 있다. 바로 기억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것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잡한 신경망에서 신경세포들이 전기화학적 정보를 앞뒤로 전달하면서 뇌는 눈깜짝할 사이에 과거 경험의 조각들을 재구성해낸다. 감각 데이터의 의미를 추론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이 조각들을 조합해 기억을 만들어낸다.
과거 경험에는 우리 주변 세계에서 일어난 일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도 포함된다. ‘심장이 빨리 뛰었는가?’, ‘심호흡을 했는가?’ 비유적으로 말해 당신의 뇌는 매 순간 스스로 묻는다고 불 수 있다.
이는 뇌가 신체의 다음 행위를 어떻게 계획하는지 설명해 준다. 당신의 두뇌는 어떻게 바깥세계에서 들어오는 가공되지 않은 정보 조각들에서 숲속에서 게릴라를 보는 것과 같이 충실도가 높은 경험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한 번 더 말하자면 뇌는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기억으로부터 과거를 다시 만들어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내가 마지막으로 겪었을 때, 내 몸이 지금과 비슷한 상태에 있었고 이 특정한 행위를 하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무엇을 보았나? 그 다음에 어떤 느낌이 들었던가?’
이에 대한 대답이 당신의 경험이 된다. 뇌는 머리 바깥의 세상과 머리 내부로부터 나오는 정보들을 결합해 당신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당신의 두개골 안에서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는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여기 있는 선과 얼룩들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뇌는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검색해보고, 한 번에 수천 가지를 추측하고, 그 확률들을 측정하며, ‘이 빛의 파장이 무엇과 가장 비슷한지’ 알아맞히려고 애쓴다. 이 모든 작업은 당신이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는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
화가 마르셀 뒤샹은 예술가는 예술 창작 작업의 절반만 수행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머지 절반은 보는 사람의 뇌 안에 있다.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이것을 ‘관람자의 목(beholder’s share)’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뇌는 활발하게 경험들을 구성해간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감각들로 가득 찬 세상을 경험한다. 하지만 당신은 감각기관들이 아니라 당신의 뇌로 이것들을 감지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세상에 있는 것과 우리 뇌가 구성한 것의 조합이다. 당신이 듣는 것 역시 세상에 있는 소리와 뇌 안에 있는 것의 조합이며, 다른 감각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뇌는 신체 내부에서 느끼는 것 또한 구성한다. 통증이나 불안감처럼 내부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과 폐, 심장, 내장, 근육 등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의 조합이다. 뇌는 또한 여기에 과거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추가해 그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한다.
예컨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거나 기력이 부족할 때 배가 고픈 것으로 느껴 간식을 먹으면 기운이 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은 수면부족으로 지친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구성된 배고픔의 경험은 원치 않게 과체중이 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군중 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았는데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는가? 핸드폰이 울리지도 않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낀 적이 있지는 않은가? 어떤 노래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 계속 흥얼거린 적은 없는가?
신경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당신의 일상적 경험이란 외부세계와 당신의 신체가 주는 제약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뇌가 구성하는 ‘주의 깊게 제어된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말이다.
물론 당신을 병원으로 보내야 할 종류의 환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모든 경험을 만들어내고 모든 행위를 안내하는 일상적인 환각이다. 이것은 뇌가 감각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상적인 방법이며, 당신은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이 경험을 구성하는 전체 프로세스는 ‘예측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빛의 파동이나 화학 물질을 비롯한 감각 데이터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주변 세계의 실시간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몸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변화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는 몸의 장기와 호르몬을 비롯한 다양한 신체 시스템에서 관련 데이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감지하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가 감각을 이런 식으로 경험하지는 않지만 뇌는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신체를 제어한다.
당신이 목이 말랐을 때 물 한 잔 마셨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나서 몇 초 이내에 갈증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현상은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물을 마시고 몇 초 만에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갈증을 해소했을까? 바로 예측이다.
뇌는 마시고 삼키는 행위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물을 마시면 느끼게 되는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액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전에 훨씬 전에 갈증을 덜 느끼게 한다.
(이는 다시 보면 갈증은 뇌에서 만들어내는 감각인 것이고, 수분을 관리하는 그룹에서 보내는 신호(알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 물을 마셨으면 수분 보충이 된 것이니까 그때는 알람을 종료해도 되는 것)
예측은 빛의 섬광을 당신이 볼 수 있는 물체로 변환한다. 예측은 기압의 변화를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꾸어주고, 화학물질의 자취를 냄새와 맛으로 바꿔낸다. 예측을 통해 당신은 이 페이지의 구불구불한 선들을 글자와 단어, 생각들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100년 전부터 뇌가 체내 장기들을 예측하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들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이러한 단서들은 제대로 해독되지 못했다.
19세기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가 개에게 소리 —흔히 종소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메트로놈의 똑딱거리는 소리— 를 들으면 침을 흘리도록 가르쳤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파블로프는 개가 매 끼니를 먹기 직전에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개들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그 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렸다. 파블로프는 이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이는 파블로프 조건형성 또는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블로프는 자신의 뇌가 어떻게 예측 하는지를 발견해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의 개들은 소리에 반응해 침을 흘린게 아니다. 개들의 뇌가 먹이를 먹은 경험을 예측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몸을 준비시킨 것이다.
아주 실제적인 의미에서 예측이란 뇌가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말한다. 많은 신경세포는 우리의 뇌가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그 어떤 조합이라도 기반으로 삼아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최선의 추측을 한다.
그런 뒤 신경세포들은 이렇게 추측한 것을 다른 뇌 영역의 신경세포들에게 알려 그들의 발화를 변화시킨다. 그러는 사이 외부세계로부터 온 감각 데이터와 당신의 체내에서 들어오는 감각 데이터가 그 대화에 투입되면서 당신이 현실로 경험하게 될 예측을 확정짓는다 (또는 그러지 않는다)
실제로 뇌의 예측 과정은 그렇게 선형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주어진 상황을 처리하며, 예측들을 돌풍같이 쏟아내어 각각의 예측에 대한 확률을 추산한다.
지금 저 숲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바람 때문일까? 동물 때문일까? 적군일까? 소몰이 소년일까? 결국 매 순간 어떤 예측든 들어맞는다. 그렇게 들어맞는 예측은 몸에서 감지되는 감각 데이터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결국 성공한 예측이 당신의 행위와 감각 경험이 된다.
그래서 당신의 뇌는 예측을 내놓고 세상과 당신의 신체에서 오는 감각 데이터와 대조한다.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신경과학자가 보기에도 여전히 놀랍다. 뇌가 잘 예측했다면 신경세포는 들어오는 감각 데이터와 일치하는 패턴으로 ‘일찌감치 발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감각 데이터 자체는 당신의 뇌가 하는 예측을 확인시켜주고 나면 더는 쓰임새가 없다는 얘기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매 순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에서 느끼는 것은 ‘순전히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예측을 통해 뇌는 당신이 적절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준비시킨다.
실제 이야기에서 군인의 뇌는 잘못된 예측을 했다. 실제로 만난 것은 손에 막대기를 든 채 소 떼를 몰고 가는 소몰이 소년이었는데, 군인의 뇌는 총을 가진 게릴라 무리로 예측했다. 이런 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다. 한 가지 이유는 뇌가 그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뇌는 정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살리기 위해 배선되어 있다.
당신의 뇌가 정확하게 예측했다면 그 뇌는 당신의 현실을 만든다. 예측이 틀렸을 때도 뇌는 마찬가지로 현실을 만ㄷ르어내며, 바라건대 그 실수를 통해 배운다.
이제 우리는 상식을 위협하는 마지막 결정타를 살펴볼 것이다. 바로 이 모든 예측이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과 ‘반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무언가를 감지하고 그 다음에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적을 보고 그 다음에 소총을 드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뇌에서는 감지가 사실상 두 번째에 해당한다. 뇌는 집게손가락을 방아쇠로 가져가고 그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신체예산을 변경하는 것과 같이 행위에 먼저 대비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또한 뇌는 이러한 예측들을 감각계로 전송해 손가락 끝의 차가운 강철의 느낌과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예측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군인의 뇌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손을 총으로 옮기고 존재하지 않는 적을 보도록 이끌었다.
그렇다. 뇌는 당신이 인식하기 ‘전에’ 행동들을 개시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이는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선택을 통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가?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예컨대 당신은 이 책을 열어서 글자들을 읽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뇌는 예측기관이다. 뇌는 당신의 과거 경험과 현재 상황을 기반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일련의 행동을 개시하며, 이러한 일들은 당신의 인식 없이 이루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의 행동은 당신의 기억과 환경의 제어를 받는다. 이것이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까? 누가 당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할까?
철학이 생겨난 이래로 철학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학자가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계속해왔다. 우리가 여기서 그 논쟁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 논쟁에서 자주 간과되어온 퍼즐 조각 하나를 강조해 볼 수는 있다.
당신이 마지막 자동조종 모드에서 행동했던 떄를 생각해보라.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을 수도 있고, 뇌와 입의 연결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친구에게 후회할 만한 말을 해버렸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순간에 당신의 뇌는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예측능력을 사용했고, 당신은 뭔가를 자신이 직접 했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에 좀 더 자제력을 발휘했다면 행동을 바꿀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도 책임이 있는 것일까? 물론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책임이 당신에게 있다.
행동을 개시하는 예측들은 난데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다면 지금 물어뜯는 일도 없을 것이다. 친구에게 던진 후회막심한 말들을 아예 배운 적이 없다면 지금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뇌는 과거 경험을 사용해 당신의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한다. 마법처럼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오늘 당신의 뇌는 다르게 예측할 것이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상을 다르게 경험할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신발끈을 묶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오늘 충분히 연습해서 익힌 행동을 내일 자동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 행동이 자동화된 것은 당신의 뇌가 갖가지 행동을 개시하는 각기 다른 예측을 하도록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의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잣니을 노출 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흥분 했을 때의 행동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흥분하기 전에 당신의 예측을 바꿀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반복 연습을 통해 당신은 특정 자동 행동을 다른 행동보다 더 많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미래의 행동과 경험들을 더 많이 제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