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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억

한국의 자본 시장 역사의 주요했던 사건을 다루는 책. 대한민국 이전의 일제시대에 있었던 쌀 거래 선물 사건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저금리까지를 다룬다.
기자가 쓴 책 답게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재미있게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다루는 용어나 경제 관련 뉴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책의 내용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쉽다.
더불어 기자들이 쓴 책의 특성이 그러하듯, 근본 구조나 원리보다는 사건의 흐름만 다루고 있어서 읽고 나면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재미있네’ 만 될 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까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경제 뉴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책의 결말 부분에서 다뤄지는 내용에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힘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근래 내가 하고 있는 생각도 추가.
2000년대 초반 IMF 이후 한국이 지금과 비슷하게 앞으로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안 보여서 고민했다던 내용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다행히도 그 이후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업종이 2000년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 철강 업체는 예전의 기세를 회복 못했고, 2020년을 맞이하는 지금 다시 2000년대 초처럼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업종이 보이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시기. 더불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용 사정 또한 고민에 깊이를 더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도 그러했듯 항상 미래는 안개 속이고 막상 닥치면 우리를 견인해 줄 새로운 업종이 나타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주도주가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바이오 기업들이 그것을 해줘야 됨– 다만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테고, 지금 부지런히 투자를 해둬야 나중에 결실을 맺을 수 있을 듯.
하나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현재 고용은 악화되어 가지만 동시에 창업 비용이 대단히 낮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것도 그러하고,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그러하다. 과거에는 공장을 지어야 가능했던 창업이 이제는 각종 창업 솔루션, 자동화 설비나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대단히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해졌다는 것.
다시 말해 이미 존재하는 기업에 고용을 늘리기를 기대하기 보다 –기업은 항상 비용을 최적화 하는 곳이라서 비즈니스가 확대되지 않는 이상 고용을 늘리기는 어렵다. 비용이 증가해서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 창업을 통한 미래 기업의 출현을 기대 해야 한다는 것.
당연히 수많은 기업이 실패하겠지만, 그렇게 양을 늘려야 10년 후, 20년 후에 네이버, 카카오, NC 소프트 같은 기업이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 규모와 업력을 가진 기업이 해외 진출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비용을 낮춰주고 실패에 대한 안정망을 갖춰주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결국 정부가 할 일이고, 기업은 그 인프라 위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선순화 구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