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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들어진 신

복잡성을 다루는 책으로 환원주의를 본격적으로 까는 책. 동 저자의 이전 책인 <혼돈의 가장자리> 보다는 좀 더 이해가 수월한 책이었던 듯 싶다.
다만 막판에 신성을 재발명해야 한다면서 윤리학이나 신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책의 주제를 애매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내 과학책처럼 이야기하다가 막판에 도덕 철학책처럼 논의를 전개하니 좀 이상했음.
하지만 워낙에 복잡성 연구에 명망 높은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복잡성의 법칙을 이해하는데는 좋다.
책 내용 이야기를 하자면, 막판에 신성의 재발명을 이야기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은 그 안에서도– 거의 모든 파트에서 환원주의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당히 많은 사례를 인용해가며 환원주의를 상당히 심하게 깐다.
생물학에서 자연선택에서의 전적응 (또는 굴절적응)이 그 예 중 하나인데, 예컨대 원시 어류가 가졌던 숨을 쉬기 위한 장치였던 허파가 후에 부력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인 부레로 발전한 것은 그것이 애초에 의도된 기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고,
물리학에서 온도는 입자들의 움직임으로 일어난 현상인 것이지, 입자 자체는 온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창발적인 현상–,
심지어 수학에서조차 괴델이 불완전성의 정리를 통해 주어진 공리로부터 연역되지 않는 수학적 진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여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요소를 무한히 쪼개 나가면 그 전체를 이해할 수 있고 충분한 정보만 주어진다면 미래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사고 방식에 대한 비판을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전까지 많은 복잡성 관련 책을 접하여 '창발'이라든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개념을 많이 접해 왔기 때문에, 환원주의적 사고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었는데, 생물학을 본업으로 삼은 카우프만 선생이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은 와인버그의 "설명의 화살표들은 언제나 저 아래 물리학을 가리킨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정말 가열차게 깐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