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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제목 그대로 만화를 이해하는 책. 만화 그리는 작법 같은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내가 만일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교재로 삼았을만큼 좋은 내용이 많음.
개인적으로는 만화보다는 게임쪽으로 경험을 쌓았던지라 다뤄지는 내용을 깊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내용에 대한 공감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게임과 만화 모두 엔터테인먼트 –즐거움이라는 경험– 이면서 매체 –정보의 전달– 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니까.
지금은 '게임'을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게임을 이용한 것일 뿐 게임 자체는 아님– 여튼 처음 게임을 만들던 시기의 나 역시 그랬고 모든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가 똑같이 겪는 어려움인 자신이 갖는 매체에 대한 애정과 대중이 갖는 매체에 대한 시선의 격차에 대해 저자 역시 아쉬움을 토로 하고 있어서 참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글이나 그림, 소리를 다루는 단일한 매체만 있었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매체적 특성들을 합한 영화와 같은 매체가 등장하고 그 후엔 상호작용도 가능한 게임이라는 매체가 등장한 것처럼 시대는 점점 다양한 형식을 담을 수 있는 복합적인 형태로 매체가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 지금보다 발전된 형식의 매체들이 등장한다면 만화나 게임 또한 클래식한 매체가 되어 나이든 사람들은 신생 매체를 배격하고, 젊은 사람들은 만화를 올드하다고 배척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 된다.
그때쯤 되면 '요즘 젊은 것들은 만화의 재미를 몰라' 하며 한탄하겠지. 이런 것을 이해하게 되면 매체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두고 싸우는 것 자체가 좀 무의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됨. 남이야 뭐라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