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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게임의 탄생

법원에서 판결을 내릴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실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와 같은 입법기관에서 만들어진 '법' 이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사건에 대해 먼저 내려진 '판례'라고 합니다. 그만큼 앞선 사례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법원에서 법을 판단할 때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 것이죠.
사례가 많이 쌓인 다른 분야에서도 이처럼 선행된 사례는 무척이나 중요한데 하물며 게임처럼 역사가 길지 않은 산업에서 앞선 사람들의 경험담은 말 그대로 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성공사례라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실패사례라하더라도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지요–저는 오히려 비슷비슷한 내용일 수 있는 성공사례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는 실패사례를 좀 더 좋아하곤 합니다.
실패에 대한 가혹한 문화권 차이인지 포스트모텀 자료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포스트모텀이 많이 공유된 서양권 게임 업계가 그런 의미에서 참 부러웠는데, 이런 책이 나와 참으로 고맙고 앞으로 이 책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도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여튼 책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트 1은 원서에 있는 해외 유명한 게임들의 사례들이 정리되어 있으며, 파트 2는 파트 1의 사례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공통적인 잘된점, 잘못된점/ 유능한 개발조직의 특징/ 배운것 적용하기 등이 요약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를 안 읽더라도 이 파트2 부분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좋은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파트 3부분은 역자이신 박일님이 추가하신 국내 사례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의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고, 책 자체의 구성이 읽기 쉽게 되어 있는데다 등장하는 게임들이 널리 알려진 게임들이기 때문에 그 게임들의 뒷이야기를 듣는다 셈 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해외 사례보다 국내 사례의 디테일이 좀 더 높았다는 점인데, 아마 국내 개발자들도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동안 자리가 없어서 못 하다가 이번에 기회가 생기자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낸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자분께서 국내 사례를 모아 2권을 내고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이어가고 싶다 하시니 뜻 있는 분들께서 도움을 주시어 국내 게임 업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ps. 사실 이런 책은 개발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미래 게임 산업의 역군을 길러내는 교육 현장에서도 실제 업계의 경험담을 배울 수 있는 이러한 책을 교재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