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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트

복잡성 네트워크 분야의 대가이기도 하고 이전 책인 링크도 재미있게 읽어서 큰 기대를 갖고 읽었으나, 결론은 좀 애매했던 책.
물론 여전히 큰 도움이 된 부분도 많았는데, 무작위적 사건들에 우선순위가 도입되어 폭발성(Bursts)를 보이는 것이나 –이러면 푸아송 분포에서 멱함수 분포로 바뀌게 된다– 근거리 위주로 탐색하다가 가끔씩 아주 먼 거리로 점프하는 레비 비행(Levy fligh) –그 빈도수는 멱함수 분포를 따른다– 사람의 행동은 경로의존적 –쉽게 말해 습관– 이기 때문에 과거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당히 놀라운 확률로 –평균치가 무려 93%–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유익했다.
물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 실험에서는 그 사람의 이동 패턴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예측이기 때문에 높은 적중률을 보인 것일 수는 있겠지만, 여튼 사람의 과거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가지면 그의 미래 행동을 매우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참으로 놀랍다.
여기서 특히 재미있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는데 그 사람의 속성 –성격이나 사회적 지위 등– 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 행동 이력만 본다는 것. 이는 마치 동물을 이해하려면  그 동물의 실제 생태를 봐야지, 그 아래에서 동물의 피부와 조직을 구성하는 물리-화학적인 입자들을 본다고 동물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유익한 내용이 많았음에도 별로라고 여겨졌던 것은 이 책의 구성에 딱히 없어도 될 법한 역사 이야기가 책 분량을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
헝가리 출신의 저자가 헝가리산 국뽕에 심취하셨는지 죄르지 세케이라는 헝가리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 이야기를 쭉 하는데, –두유노우 죄르지 세케이?– 개인적으로는 책의 내용이랑 별로 연계도 잘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를 책의 절반에 걸쳐서 그것도 각 이론 전개 사이사이에 계속 하고 있으니 대단히 난감했음.
이론 좀 이야기 했다가, 세케이 이야기 해다가, 다시 이론 이야기 좀 했다가, 또 다시 세케이 이야기로 넘어가서 책 내용 이해하는 데 꽤나 많은 전환 비용이 들었다. 중간의 역사 이야기는 다 빼고 그냥 200-250페이지 분량의 서적으로 나왔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고 며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우선순위 때문에 폭발성이 생긴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저자가 의도한 것이 무작위적 사건들이 멱함수 분포로 바뀌는 순간에 기여하는게 무엇이냐 하는 내용이었다면 다르겠지만, 멱함수 분포를 보이는 것이 우선순위 때문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움이 많은데, 예컨대 항공망 허브나 인터넷에서 구글 같은 사이트, 경제적 부의 분포에서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우선 순위 때문에 그러한 폭발적인 모습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경로의존적인 성향 때문에 과거 행동을 파악하면 미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믿을 만하다. 다만 이것도 꽤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예측가능한데 과거 내 출퇴근 이력을 측정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내 미래의 출퇴근 경로일 뿐이고, 내 점심 메뉴 예측은 과거 내 점심 메뉴를 모두 훑으면 가능하다는 것 뿐. 어떤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분야의 이력을 살펴 보아야 하므로, 복잡한 행동일 수록 살펴야 하는 데이터는 많아질 것이다. 중요한 사항에서의 의사결정 예측은 정말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