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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소나로 완성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경험 많은 디자이너의 오랜 디자인 경험이 녹아 있는 책

지금도 디자인 실무를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쿠퍼 컨설팅의 창업자인 앨런 쿠퍼는 '비주얼 베이직의 아버지'라는 칭호로 더 유명하긴 하지만 92년부터 소프트웨어 디자인 컨설팅 업무를 해 온 아주 경험 많은 베테랑 디자이너입니다. 99년에는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Inmates Are Running the Asylum)> 이라는 책을 통해 '퍼소나' –페르소나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 제목은 퍼소나이므로– 라는 개념을 알려 인터랙션 디자인 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지요.
오래된 경력의 저자 만큼 이 책의 역사도 오래 되었는데, 책 제목의 3을 보면 짐작 하실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무려 95년도에 출간된 <퍼소나로 완성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About Face>의 3번째 판 입니다. –2003년에 2판이 나왔고, 3판은 2007년도에 출판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며 다듬어지고 하고 발전하기도 한 이 책에는 그만큼 오랜 기간 살아 남은 핵심적인 디자인 원칙들과 디자인 경험들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분량이 많아 읽기 쉽지 않은 책이긴 하지요
목표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방법에서부터 사용자를 이해하는 리서치, 사용자를 대변하는 퍼소나 –퍼소나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좀 있습니다. 아래에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원칙과 패턴 그리고 더 나은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는 디자인 백과 사전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은 디자인을 배우는 사람에서부터 많은 디자인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까지 모두 도움이 될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히 디자이너의 필독서라 할만 하지요.

사용자 구분과 퍼소나에 대한 의문

이 책은 많은 부분이 좋은 내용으로 가득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의문이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사용자 구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퍼소나에 대한 것입니다.
우선 사용자 구분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사용자를 '초보자/ 중급자/ 전문가'로 구분하며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중급자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데, <Humane Interface>라는 책에서 '사용자를 초심자와 숙련자로 나누는 이분법은 타당성이 없다. (중략) 사용자는 초심자도 숙련자도 아니며 양 극단 사이의 연속선상 어느 지점에 놓여 있지도 않다. 개별 기능 혹은 상호 유사하게 작용하는 일단의 기능들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예컨대 어느 사용자가 어떤 프로그램의 A라는 기능은 전문가 수준이지만 B라는 기능은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 사용자를 초보자/ 중급자/ 전문가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추상적인 '사용자'라는 개념을 너무 단순화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문이 들었고,
또한 대부분의 사용작자가 중급자에 위치하고 있다 –정규분포곡선– 는 이야기도 개인적으로는 좀 의문인데, 타고난 역량 –키, IQ등– 이 아닌 수련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능력은 초심자가 대다수이고 잘 하는 사람은 그만큼 적은 멱함수 그래프의 모습을 띄는게 맞지 않나고 생각되어, 책의 내용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제가 증명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라 강하게 부정하기는 힘듭니다만…
위의 의문도 의문이긴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보다 큰 의문이 드는 부분은 바로 '퍼소나' 에 대한 내용 입니다. –책 제목에 '퍼소나로 완성하는' 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 전체의 내용에 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죠
앨런 쿠퍼 자신은 본인이 만들어 낸 개념인 '퍼소나'를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퍼소나'를 게임 디자인 과정에 도입하려다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고, 아래 링크의 슬라이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퍼소나'에 효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7페이지를 보시면 무려 UX의 대부인 도널드 노먼이 '퍼소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많은 개발사의 귀감이 되고 있는 37signals까지– 이 '퍼소나'라는 개념이 정말로 유용한 개념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아래 슬라이드가 2008년에 제작된 것을 감안하면 이 논란도 꽤 오래된 것이라 볼 수 있죠.
일단 사용자를 대표하는 가공의 인물인 퍼소나는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면 할 수록 –이 퍼소나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이며,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하는지와 같은 디테일이 높은 설정– 타겟으로 삼는 사용자 범위가 좁아지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그 좁아지는 사용자 범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퍼소나의 숫자를 늘리면 그 늘어나는 만큼 팀원들과의 퍼소나 공유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디테일도 높은 퍼소나가 숫자까지 많다면 누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데만 상당한 개발 자원이 소모될 겁니다.– 그렇다고 퍼소나를 구체적으로 디자인 하지 않으면, 굳이 퍼소나를 디자인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니 참으로 계륵같은 방법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 앨런 쿠퍼 자신은 '퍼소나'를 꽤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 일단 앨런 쿠퍼는 다른 회사의 디자인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전혀 경험이 없던 분야 –의료, 항공 등– 에까지 디자인 업무를 수행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퍼소나'라는 개념이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스스로 유용한 디자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공개한 내용이 자신들의 제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쓰기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논란이 있었던게 아닐까 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쓰기에 좋은 디자인 방법은 위 슬라이드에서 37signals가 이야기한 'ourselves'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사용자'라는 개념은 그 범위가 너무나 넓고 모호해서 타겟팅을 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직접 써보고, 거기서 느껴지는 불편한점을 고치고 또 써보고 고치고 하는 식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개밥 먹기– 이 대규모 사용자 리서치와 같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훌륭한 제품 –실제로 37signals의 제품들은 사용성이 높기로 유명하죠. 더불어 dropbox도 같은 개념이라 사용성이 매우 우수합니다. 그에 반면 구글드라이브는…– 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결론

글을 써놓고 보니 뭔가 책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더 긴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는 경험 많은 디자이너의 디자인 경험과 원칙들에 대한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에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이렇게 소개글을 쓰는 일은 없었겠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만 문제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